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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아가다 작성일  |2025.12.26 조회수  |24

삶을 소화하는 마지막 시간 노강(시인)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 누구나 한 번쯤 맞이하는 순간이 있다.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모든 생명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치러야 하는 숙명이기에, 최근 참혹한 현장을 보며 삶의 마무리에서 소화되지 못한 시간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요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여러 가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의료인과 간병인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치매 등 중증 환자들은 음식을 먹기 어려워 영양액을 주입하는 튜브나 호흡을 돕는 기계, 소변을 배출하는 튜브 등을 몸에 달고 있지만, 실상은 죽어가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생명 연장은 대부분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며, 본인도 가족도, 의료인도 할 수 있는 건 오직 약물과 의료 기구를 사용하여 식물적 기능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만 지속된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정신이 온전할 때,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 역시 가톨릭에서 권장하는 생명 연장 치료를 원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미리 제출한 상태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자연의 순리에 맞게 생을 마감하신 것을 기억하며, 
나 또한 남편과 함께 그런 결정을 내렸다.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는 선택은 본인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러한 결정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산다는 것은 건강하게 살아갈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요양원이나 병원에서는 간병인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온 조선족들이다. 이들은 병원에서 먹고 자면서 의식이 있거나 없는 노인성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취업한 사람들이다. 
환자 수와 간병인 수가 거의 동일하고, 병실은 사실상 간병인들의 숙소가 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삶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까? 노인성 질환의 대부분은 합병증을 동반하며,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어렵다. 
현대 의학으로 생명 연장은 이루어지지만, 자연의 순리는 거스를 수 없다. 많은 어르신들이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희생하며 세상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었고 세월은 노년을 맞이하게 하였다. 
결국 노인질환을 피할 수 없이 의료인과 간병인에게 의존하며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년에 죽음을 준비해둔 마음은 거의 없다. 이 현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정신이 온전할 때,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천주교 서울 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임종 환자에 대해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물론 그 전제는 "최선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황청 보건 사목위원회는 1995년,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생명 연장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의료 집착적' 행위일 뿐, 환자의 고통을 연장시켜 삶을 더 고갈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톨릭대 맹광호 교수는 2006년 발표한 논문에서 "환자의 승낙이, 환자의 '죽을 권리'나 죽음에 대한 자율적 선택으로 과대 표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그 선을 분명히 했다. 
 최근 병원에서 짧은 기간 동안 일하면서 참혹한 현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 후, 나는 남편과 나 자신이 더 늦기 전에 인위적인 생명 연장 치료를 거부하고, 주어진 수명대로 자연스럽게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결정이 맞았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편하다. 현실은 묻힐 땅도 부족해 수목장이나 납골당을 준비하라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납골당도 부족한 상황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은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현재 한국 전체 인구의 20.6%가 고령 인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삶을 소화시킨다는 것은 정신이 온전해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비우고 정리하며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 웰 다잉을 위한 준비는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급증하는 노인 인구에 맞춰, 우리는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동시에,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외로 와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천양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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